[뉴시스] 인터뷰 / 첼리스트 박유신 "이제 사회적 책임감 드네요"

작성일 23-09-20 16:39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처음에는 예술감독이라는 명칭 자체가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준비에 들어가니 막상 그런 부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더라고요."

첼리스트 박유신(29)이 올해 처음 열리는 실내악 축제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나선다. 25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 27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쳐지는 행사로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이 힘을 싣고 있다.

박유신은 프로그램 구성뿐 아니라 연주자 섭외와 입출국 관리 등 행정적인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녀는 첫 행사라는 설렘 덕인지 환한 얼굴로 방긋 웃었다.

실내악 축제 개최는 박유신이 드레스덴 국립음대 재학 시절부터 꿈꿔온 것이다. 그녀는 이 학교 재학 시절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막상 시작을 하니 다르더라고요. 유지해야 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아요. 연륜이 있는 예술감독 분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부족함이 많겠지만 좀 더 다른 분위기의 젊은 음악제로 꾸리고 싶어요. 스위스 작은 마을에서 일주일 동안 잘 열리는 페스티벌을 보며 축제가 화려해지거나 커지기보다 알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 9월 고향인 포항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다소 대중에 낯설 수 있는 실내악 구성이었는데도 호응을 얻은 것을 특기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살펴봐도 클래식 음악 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젊은 여성 연주자가 나서는 건 드문 일이다. 국내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33)이 작년부터 '평창 대관령 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어 주목 받았다.

"손열음 언니와 개인적으로는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에요. 서로의 지인들이 가까운 사이라서 자주 이야기를 듣고 멀리서 하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평창 대관령 음악제'는 워낙 규모가 크고 여름, 겨울 축제가 따로 있잖아요.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축전은 처음이지만 라인업은 타 축전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인 독일 첼리스트 노버트 앙어, 에벤 콰르텟 출신 프랑스 비올리스트 아드리앙 브와소, '2018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중국의 비올리스트 디양 메이, 드레스덴 국립음대 교수를 지낸 독일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 등 최정급 연주자들이 내한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들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김영욱, '2016 센다이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김현정도 가세한다.

이들은 25일과 27일 여러 조합으로 화음을 빚어낸다. 25일에는 말러 피아노 사중주, 아렌스키 피아노 삼중주 1번, 르클레어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엘가 피아노 오중주를 선보인다. 27일은 도흐나니 세레나데 삼중주, 멘델스존 피아노 콰르텟 3번, 바리에르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소나타, 브람스 현악 육중주 2번으로 구성됐다.

작년 '아냐체크 콩쿠르' 2위 수상자로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아카데미 출신인 박유신은 독주 무대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실내악 등 다방면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들어왔다. 

"첼로는 좋은 레퍼토리가 많지만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아 한정될 수밖에 없죠. 실내악은 스토리가 뚜렷하고 레퍼토리도 다양해서 매력을 느껴요. 다양한 연주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박유신은 올해 3월부터 모교인 경희대 음악대학에 출강하며 후배들도 만나고 있다. "감회가 새롭고, 애착이 남달라요. 나이 차가 많지 않아 후배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실내악 페스티벌 이후에도 박유신의 향후 일정은 빠듯하다. 11월28일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12월에는 독일 공연도 예정됐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박유신은 계속되는 스케줄 속에서 좀 더 성숙해졌다. 20대 때 연주만 치열하게 생각했다면 이제 사회적 책임감도 조금씩 든다고 했다. 이번 실내악 페스티벌이 예다.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일을 하고 싶어요. 20대 때는 콩쿠르에 나가야 하고 남과 비교를 해야 하고. 평가를 피할 수 없었거든요. 누군가보다 잘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때죠. 이제부터는 '제 음악을 잘 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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